약 두달 전부터 한 일본분과 펜팔을 하고 있다. 펜팔?? 엄연히 말하면 편지를 주고받는게 아니라, 메일을 주고 받는거지만... 뭐 펜팔로 부르겠다.(;;)
사실, 서로 메일을 주고받게 된 계기는 아이돌...=_= 요즘 빠져있는 아이돌의 일본활동을 여기저기 검색하다가 발견한 일본블로그가 너무 재밌길래, 리플로 [전 한국팬이에요~] 라고 밝히면서 몇번 댓글을 달았었다. 그분도 설마 한국사람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 줄은 몰랐는지 처음엔, 서로 막 신기해하고...(먼산) 그러다가 그분이 어느날 [괜찮다면 메일 보내주세요~] 라고 하셔서, 그때부터 메일 주고받기가 시작되었다.
일어?? ........... 일어따위. ㄱ- 한국말도 어렵다..... 당연히 그분도 한국어 따위 모른다. 당연히 그분과 나를 이어주는 유일한 동앗줄은 번역기!! 번역기여, 사랑한다.♡
처음엔 아이돌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 어느순간부턴가 보니 아이돌 얘기는 20%에 불과하고 대부분 서로 사사로운 이야기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나라가 다른 사람과의 메일은 참 재밌다. 비록 번역기 돌려가며 해석하는게 조금 번거롭기도 하고, 때론 말이 잘못 전달되는 경우도 있지만 참 재밌고 즐겁다. 그분도 나와 1살 차이밖에 안나고, 서로의 취미나 공통점이 많아 이것저것 얘기하다보면 끝이 없다.
얼마 전엔, 그분께 선물을 조금 보내드렸다. 한국라면이라던가 ,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아이돌 관련 물품이라던가, 일본인들이 좋아한다는 김도 바리바리 싸주고... 나는 이런게 좋다. 나와 친한 사람들에게 뭔가를 해준다는 기쁨. 그 기쁨이 나는 너무 좋다. 그래서 가끔은 주위 사람들에게 [그렇게 다 퍼줘서 남는게 뭐냐, 너만 손해다] 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때론 오히려 안좋게 비춰져서 욕도 먹을 때도 있긴하지만... 뭐 어때. 내가 좋다는데. -_-
아무튼간에, 그렇게 보내드렸더니 그분이 너무 좋아해주셔서 좋았다. 역시 동생놈이 먹는다던 김을 사수한 보람이 있었어... (먼산)
그리고 며칠 후 알바하고 있는데 갑자기 걸려온 전화. [국제소포 왔는데요, 집에 안계세요??]
왠 국제소포? 했는데, 우체부 아저씨의 일본이라는 말에 펜팔생각이 확 들었다. 알바 끝나고 가보니 역시 그분이 보내준 소포...ㅠ_ㅠ
↓아이돌의 일본 물품 말고도 온 것들.



꺄악.+ㅁ+ 무려, 한글로 적힌 카드도 있었다.
[pinpin씨는 항상 음식을 즐기는군요! 일본음식도 즐겨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 사랑해요. ♡♡♡♡♡♡♡♡♡♡♡♡♡♡♡♡♡♡♡
흑흑.. 평소에 항상 먹고싶다고 생각만 해오던 일본라면, 일본 과자들이 한가득이었다. 진짜... 어떻게 아셨어요, 전 음식이 제일 좋아요. <- 이렇게 메일을 보낸후, 하나하나 흐뭇하게 껴안아보았다.(...)
그리고 일본 라면들을 시간 날때마다 한개씩 먹어보았다. 보내준 일본라면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일어를 모르니 뭐라고 쓰려있는지 모르지만, 대충 그림을 보니 맛이나 재료가 틀려보여서 기대했다.
그랬는데... 솔직히 일본 라면...... 나의 취향이 아니야..... ㅠ_ㅠ
맛이 너무 오묘하다. 어떤 라면은, 라면이라기 보단 뿌셔뿌셔같은 과자맛이라고 생각한 것도 있고....
무엇보다 향과 맛이 따로노는 라면이 많다. 난 이걸 계기로 향이 중요하다는걸 깨달았다.; 정말 맛은 좋은데 향이 이상해서... 그 향을 맡으며 먹으니 맛이 맛있게 안느껴지는 라면이 많았다. (게다가 향이 강하기까지!) 아무리 내가 음식 애호가라지만 감당할 수 없어... ㅠ_ㅠ
먹다가 도저히 아니다 싶어서 동생에게 넘긴 라면이 많았는데, 동생은 되게 맛있다며 잘 먹는게 아닌가?? ... 나의 미각이 이상한 것인가. 나는 드디어 장금이의 뒤를 이어 미각을 잃은 것인가. 나도 봉침을 맞아야 하는건가. (...) 아마 인스턴트 라면이라 그럴 것이다. 나는 아직 일본라면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아. 분명 인스턴트가 아닌 일본라면은 맛있을 것이다. 분명히....
그래도 그분께는 [맛있었습니다.^^] 라고 말했다. 맛없었다고는 절대 말 못해... 아직 남은 일본 라면이 몇개 더 있지만, 먹기 조금 두렵다. 하다못해 무슨 라면인지 알기만 해도 좋을텐데... 일어를 배워야 하나 요즘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하지만, 일본과자들은 진자 맛있었다.ㅠ_ㅠ 빼빼로류의 과자가 많았는데, 평소 빼빼로 같은걸 즐겨먹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맛있게 잘 먹었다. 망할 동생놈이 아끼고 아껴두던 과자를 나몰래 먹었다는걸 알았던 날엔, 그놈과 사생결단을 낼 뻔 했다. -_-
아무래도 다음번엔 나도 한국과자를 많이 보내줘야 될 듯 싶다. 맛있는걸로 잔뜩 보내줘야지.+_+
그나저나, 나는 번역기군에게 매번 감탄한다. 번역기군, 너의 그 센스를 나는 존경해.
번역한 말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글 -> 일어] 로 번역한 것을 다시 [일어 -> 한국어]로 번역해본다. 그러면 진짜.... 가끔 이게 무슨말인지 이해안되게 번역될 때가 많다.
한 예로 [벌써 축제 분위기에요~]를 일어번역 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면 [일찍 제사 지내 분위기입니다]... 제사... -_- [교회에 오지않았습니다]는 [교회에 두메산골않았습니다].. 두메산골 어쩔거니. =_=
하지만 그래도 외면할 수 없는 번역기... 처음엔 번역하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아예 메일작성을 번역기투로 하고 있는 날 발견한다. 처음부터 저절로 번역기투로 글작성을 하고 있는 나.
[오늘은 정말 추운 날씨입니다. 일본도 춥습니까?? 나는 일하러 가기 싫었지만, 어쩔수 없이 일하러 갔습니다. 집에 오는 중에, 동생과 함께 토스트를 사서 먹었습니다. 토스트는 정말 맛있습니다. 00씨도 토스트 좋아합니까? 동생이 오락실에 가자고 제안하여, 가기 싫었지만 갔습니다. 동생은 아무래도 오락실이 집보다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원래 하고싶은 말은
[오늘 너무 추워요! ㅠ_ㅠ 일본도 춥나요? 진짜 알바하기 싫은데 할수없이 갔어요. 집에올때 동생이랑 토스트 사먹었어요. 토스트 진짜 맛있어요~ --씨도 토스트 좋아하시나요? 동생놈이 오락실을 졸라대서 끌려갔어요. 그놈은 오락실이 집보다 더 좋나봐요...] 라고 하고 싶었....
아무튼 번역기, 사랑한다. 그리고 일어. 배워야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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