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요계는 음반보다 음원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한곡에 고작 500원하는 음원보다 매장에서 팔리는 동그란 CD 한장을 중요시했지만, 시대가 점점 바뀌면서 음악시장도 음반중심에서 음원 중심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각종 시상식에서는 음반 위주로 매기던 점수에 음원을 포함시켰고, 오로지 판매량으로 상을 주던 골든디스크에는 음반부문 따로, 음원부문 시상이 따로 존재하게 되었다.
최근 각종 가요 프로그램의 1위 선정방식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시청자투표와 음반판매량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음반판매점수와 동일한 비중으로 음원판매점수가 들어간다. KBS2의 뮤직뱅크같은 경우는 오히려 음반판매점수 20%에 디지털음원차트 50%로, 음원점수가 음반점수의 배를 앞서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음반판매량에서는 월등한 우위를 보이는 가수가 가요프로그램에서는 1위를 하지 못하는 일이 생겨버리는 일도 있다. 단적인 예를 몇가지 들자면, 상반기 비슷한 시기에 앨범 발매를 하고 같이 후보에 올랐던 에픽하이와 MC몽의 경우. 에픽하이의 음반판매량이 월등하게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MC몽의 1위 수상장면을 더 자주 볼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MC몽의 음원판매점수가 매우 좋았기 때문이다. 최근 활동이 겹치고 있는 슈퍼주니어-해피와 빅뱅의 태양 솔로 미니앨범, 원더걸스도 마찬가지다. 판매량은 슈퍼주니어 해피가 앞서지만 음원에서는 태양이 앞서고 원더걸스의 음원부분은 상상을 초월한다. 때문에 가끔 음악관련 커뮤니티에서는 팬들의 토론이 벌어지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음반과 음원이 똑같은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결과가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바로 주 고객층;이 다르기 때문 아닐까? 객관적으로 봤을때 음반을 사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특정 가수의 팬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음반에 관심이 있고 음반구입이 취미인 일부 대중들 아닐까. 반대로 음원시장은 인터넷을 접하는 대부분의 네티즌일 것이다. 성별과 연령이 다양한 네티즌은 일상생활에서 여기저기 존재하는 일반인, 즉 대중이라고 볼 수 있을것이다.
때문에 가끔 음반판매량이 좋은 가수의 팬들이 속상해하며 도대체 우리가 1위를 하지 못할 이유가 어딨냐는 하소연도 자주 볼 수 있다. 팬들은 억울한 것이다. 자신들은 만원 정도의 음반을 사고 또 그 판매량도 좋은데, 단순히 겨우 500원 하는 실체도 없는 인터넷상의 음원에 밀린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왜 방송사와 음반 관계자들은 음반을 사달라고 외치면서 정작 음원점수를 중히 여기는 것인가. 이건 모순이다. 사람들은 음반판매량을 말하면 철없는 빠순이(;)들의 힘일 뿐이라고 조롱하며 자꾸 대중성 대중성 하는데 그럼 팬들은 대중도 아니냐? 또 안그래도 침체되었다는 그 음반시장을 먹여살리는게 사람들이 무시하는 그 빠순이들이 아니냐? ← 라는 팬들의 말은 꽤 일리가 있다.
음반판매가 좋은 가수들은 대부분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아이돌가수와 인기가수인 경우가 많다. 팬층이 탄탄한 가수들은 그 팬들의 음반구매력이 높기 때문에 자연히 음반차트가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자신이 팬질하는 가수의 음반만 구입하는게 아니라, 타가수 앨범에 대한 구매력도 상당히 높다. 각종 팬사이트와 커뮤니티에 가면 친구에게 선물할 것 추천해달라는 글에 타가수의 CD를 언급하는 리플을 자주 볼 수 있고, 팬질하는 가수와는 전혀 장르와 스타일이 반대인 타가수의 앨범에 대해 말하고 추천하는 글들을 매우 자주 접할 수 있다. 또 타가수의 앨범 발매일에 그 가수의 노래가 좋다며 방금 사왔다느니 음반사이트에서 결제했다는 글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일반 사람들은 팬들의 음악취향을 폄하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이들은 매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기고 듣도 보도 못한 음악을 추천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반대로 일반 사람들의 경우는 어떤가. 아마 CD를 사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것이다.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음반시장이 죽어가고 있다고 걱정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사람들이 무시하는 팬들이 음반을 사고 있는 것이다.
왜 음반시장에선 강세를 보이는 노래가 음원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인가? 그건 일반인들의 취향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돌가수들의 팬들마저도 음반은 사지만 음원으로는 타이틀 곡을 잘 사지 않는 경우가 있다. 팬들은 오히려 타이틀 곡보다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다른 곡을 음원으로 사는 경우가 많다. 작년 발매되었던 슈퍼주니어의 정규2집은 꽤 듣기좋은 노래들이 많다. 판매량도 매우 좋았다. 하지만 음원부문에서는 그다지 큰 성과가 없었는데, 팬들이 앨범의 타이틀곡인 Don't don보다는 다른 수록곡을 더 좋아했기 때문이다. 팬들도 이런 마당에 일반인들이라고 다를 이유는 없는 것이다. 막말로 돈돈이나 오정반합을 나의 블로그와 싸이 배경음으로 하기엔 난해하지 않겠나.-ㅁ-... 팬들은 그깟 타이틀로 모든걸 판단하지 말고 좀 들어보라고 말하지만 일반인들이 그걸 알게뭔가? 사람들의 눈에는 다른 수록곡들보다 하나의 타이틀곡의 이미지가 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일부 팬들의 말처럼 과연 음반이 음원보다 중요시되어야 할까? 내 생각엔 음원 또한 음반만큼 중요하다. 날이 갈수록 음원시장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게 커지고 있다. 2007년의 음원시장의 규모는 무려 3700억으로 같은해 음반시장 규모 700억의 약 5배에 달한다. 최근엔 온라인으로만 노래를 발매하는 이른바 디지털 싱글도 매우 많다. 제작비와 인건비를 따졌을때 매우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결코 음원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음반을 중요시하는 일부 사람들은 음원을 무시하고 그때그때 유행에 따라 흘러가는 소모성 노래들일 뿐이라 말한다. 확실히 음원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노래들엔 일종의 유행이나 흐름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음반에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저 음원시장에선 그게 더 쉽게 노출되는 것일뿐... 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즐겨듣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에 어떤 사람의 블로그에서 싸이월드나 블로그에가면 그때마다 비슷한 노래들이 판치고 있다고 쓴 글을 본적이 있는데, 그건 그만큼 노래가 대중성이 있고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음반에서는 매우 약세를 보이지만 노래가 정말로 좋기 때문에 음원시장에서 큰 강세를 보이는 보물같은 곡들도 다수 존재한다. 음반시장이 확실한 구매력을 가진 팬들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음원시장은 더 다양한 수많은 사람들의 음악취향이 그때그때 반영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가격도 음반보다 훨씬 저렴하고 원하는 곡만 들을 수도 있으니 접근성도 매우 용이하다. 이미 음악은 음반시장에만 존재하는게 아니라 음원으로 더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영향력이 있기에 각종 시상식이나 가요 프로그램에서도 무시를 못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음반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음반시장은 날이 갈수록 침체되고 있는데, 2006년 동방신기가 34만장을 판매했지만 이듬해인 2007년엔 SG워너비가 20만장을 판매했을 뿐이고 올해엔 10만장을 넘긴 가수가 현재까지 김동률과 신화밖에 없다. 옛날 H.O.T.와 god가 백만장을 팔아치우고 인기가수들이 50만장을 가뿐히 넘기던 시대엔 방송에서 5만장 팔렸다는 말이 웃음거리였지만 이제는 그 5만장이 대박감이라고 불린다. 가수들은 자주 음반을 사달라는 말을 하는데 그건 그만큼 가수들과 음반관계자들에게 있어서 음반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수익배분도 음원보다 음반 쪽이 더 가수 본인들에겐 이득이기도 하고. 음반시장이 침체되어서인지 싱글의 발매도 잦고 최근엔 정규앨범보다는 덜한 미니앨범도 존재한다. 정말 음반시장을 살리고자 한다면 관련 정부단체나 업계의 음반에 대한 제도적인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방송에서도 음원에만 기대려 하지 말고 음반을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팬들 또한 음원에 대해 불평만 할게 아니라 그만큼 음반을 아끼고 음원에 신경써야 한다고 본다. 또 음반시장이 침체되는 이유중에는 음원시장의 성장 말고도 불법음원다운도 한몫 제대로 하고 있는데 이 문제도 어느정도 해소되어야 하지 않을까? 뭐 , 개인적으로 불법음악다운을 없애기는 불가능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또 굳이 음반과 음원을 따로 생각할 필요가 없기도 하다. 노래가 좋으면 양쪽 모두 성적이 좋은 경우도 있으니... 음반판매도 좋고 음원에서도 강세를 보이는 가수들도 많지 않은가. 그건 그만큼 음반의 퀄리티도 좋고 음원쪽의 대중성도 좋기 때문이다. 소녀시대도 아이돌그룹이지만 음반 뿐 아니라 음원에서도 상당히 안정적이고 넬도 음원 뿐 아니라 음반에서도 좋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으니... 결국 그만큼 대중성 있고 노래가 좋다면 양쪽 모두 윈윈할 수 있다.
최근 내가 좋아하는 동방신기의 팬사이트에서도 2년만의 동방신기 국내컴백을 두달 앞두고 팬들 사이에 논쟁이 뜨겁다. 뭐 특별히 음반에 대해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솔직히 동방신기 이미지로 음원은 좀 힘들지 않을까? 비록 아이돌그룹 중에서도 다양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번 사람들에게 인식된 이미지란건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이다. 만일 올해도 2006년의 정반합같은 곡을 타이틀로 들고 나오면 아무리 후속곡과 다른 수록곡이 좋아도 음원쪽에서는 큰 성과를 보이기 힘들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정반합도 좋아하긴 했지만.*-_-*
(이글은 제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의 주저리일 뿐입니다. -ㅅ-)
# by pinpin | 2008/07/14 1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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