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따라 뭔가 이상한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짜증나는 일들의 연속이었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분위기가 평소보다 우울했었다. 그때 알았어야 하는건데...ㅠㅠㅠㅠㅠㅠㅠㅠ(후회막급)
약간 경사가 진 비탈길을 내려오고 있었는데, 뒤에서 오던 어떤 오토바이와 충돌했다. 오토바이의 속도가 빠른것도 아니었고, 충돌한 것 자체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가볍게 부딧히면서 순간 중심을 잃고 넘어져 비탈길을 그대로 굴렀다. 게다가 8cm힐을 신고 있었다.... ㄱ- 넘어져 구르면서 왼발을 잘못 디뎠는지 왼발에서 뚜둑하는 뼈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ㅠㅠ 아니 대체 어떻게 넘어지면 그렇게 뼈가 쉽게 부러질 수 있는지 아직도 의문. 의사선생님은 [계단에서 굴러도 멀쩡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지를 걷다 넘어져도 뼈가 부러지는 사람도 있죠. 그게 바로 재수가 좋냐 없냐의 차이죠.]라고 명쾌하게 정리해주셨다.... OTL
비탈길을 굴렀는데 발목이 너무 아파서 숨도 못쉬고 있었다. 너무 아프면 아무소리도 안나온다. ㅠ 오토바이 운전자로 추정되는 어떤 남자가 괜찮냐고 물었는데 못일어나겠어요...ㅠㅠㅠ 라고 대답했더니 '잠깐만요.' 하고 사라졌다. -_-... 히밤... 얼굴을 봤어야 했는데 못본게 정말 천추의 한. 처량하게 비를 맞으며 주저앉아서 약 30분간 울고만 있었는데 사람들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것이었다. 정말 너무 서러웠던... 30분이 지나서야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깜놀하시더니 구급차를 불러주셨다. 정말 너무너무 감사했던 할아버지..ㅠㅠ 연락 좀 주세요..ㅠㅠㅠ
그대로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엑스레이 찍고 CT촬영하고 혈압,혈액형, 항생제 반응 등 각종검사를 하고 그대로 수술실 직행. 아 그 과정은 그저 아파서 울고불고 하느라 기억이 안난다. 수술실에 실려가서 전신마취한다고 준비하고 있는데 정말 너무 무서웠다. 간호사 언니가 너무 떨지 마세요~ 진정하세요~ 별거 아니에요~ 라고 하는데 속으로 전신마취 얼마나 아플까 이생각 뿐이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주사가 아니었던 모양.-ㅁ- 호흡 마스크 같은걸 입에 씌워주길래 거기서 3번 숨을 들이마쉬고 그후에 눈떠보니 수술 END. 진짜 별거 아니었다..... ㄱ-
수술 후 몸은 그대론데 정신만 몽롱하게 돌아온 상태에서 수술실의 의사들끼리 하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웃겼다. X과장이 어쩌고 저쩌고 의사들을 까대는 것도 색달랐고 ㅋㅋ 무엇보다 도중에 어떤 의사가 들어와 [오늘 입원환자 19명이래요!!] 그러자 다른 의사들이 헉 소리를 내더니 그럼 대체 수술이 몇명이냐, 우리 인생은 여기서 종쳤다, 2층에서 벗어나고 싶다, 여기에 뼈를 묻자 등등 아놔, 정말 너무 웃겼다. 의사선생님들 힘내세요...


나를 정말 괴롭게 했던 항생제 주사. ㅠㅠㅠ 간편히 주사마개라고 부르는 저 혈관접속용기구에 바늘을 넣어 손에 꽂고 하루에 6번 항생제 주사를 그 바늘로 투여하는데 정말로 아프다.ㅠㅠ 난 나름 3층 간호사언니들에게 유명했는데 이유가 혈관찾기 겁나 힘든 환자라며... 특히 왼손엔 거의 없다며...ㄱ- 바늘을 삽입할만한 혈관이 별로 없고 그나마 있는 혈관도 너무 얇아서 간호사 언니들이 좀 애를 먹었다. 원래 한번 꽂으면 3일에 한번씩 다른 혈관으로 바꾸는 건데, 난 툭하면 실패하고 툭하면 금방 막혀버리고 그래서....ㅠㅠ 대체 저 마개를 몇개나 새로 산건지 ㅠㅠㅠ 지금 내 양손은 주사바늘 흔적만 가득하다.ㅠ 게다가 이 주사 겁나 아프다. 항생제 투여할때는 더 아프다. 막 혈관 속으로 뻐근하게 항생제가 들어오는 느낌이...난 원래 주사를 무서워하는데 덕분에 더 무서워졌다.
약 2주간의 병원생활은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심심했다. ㅠ 처음 며칠은 하루종일 누워만 있었는데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그냥 온 정신이 지쳐버리는 느낌이었다. 입원 후 3~4개월은 기브스하고 통원치료 받아야하고 그 후로도 물리치료에 약 1년간은 되도록이면 집이랑 병원에만 있도록 해야하고 덕분에 하던 공부와 일도 다 그만두고 일상생활 모든것이 힘들고 다리는 아프고... 병실에 누워만 있으면 이것저것 떠오르는 잡생각에 괜히 나혼자 서러워지고 절망스럽고 짜증나고 지치고... 새벽에 혼자 오열 많이 했다. ㄱ- 몇번 혼자 울다가 엄마한테 딱걸린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만두랑 떡볶이 사다줘서 좋았다.. *-_-*...그러다 어느날 엄마가 내게 닌텐도를 내밀었다. 내 지루한 병원생활을 견디게 해준 닌텐도... 덕분에 피크로스 게임 거의 다 깼다며... 저 게임 은근 재밌다. *-_-* 사실 옆에서 간병해준 엄마가 더 힘들었다는걸 알기에 미안하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나중에 나 병들면 너도 날 잘 보살피겠지? 이건 일종의 보험이다.*-_-*] 라던 엄마... 만수무강 하세요.♡
수술 다음날 동생이 전화했길래 받자마자 뼈 부러졌다며 징징댔더니 하는말 [내가 수술비 보태줄까?]..... 지 한달 월급이 10만원이라고 자랑하던 동생놈... 최전방 군인은 월급도 많구나. 그거 모아다 1년 후 재수술 받을때 주렴.
그래도 그렇게 나쁜 생활인 것만은 아니었다. 나보다 더 심한 환자들도 있었으니까... 처음 며칠은 1인실에 있다가 하루 입원비 10만원의 압박에 4인실로 옮겼는데 거기 있던 할머니랑 아주머니들이 되게 친절히 대해주셨다. 나를 보고 애기라며(;;) 애기는 힘들거라고(;;) 이것저것 챙겨주시고 맛있는것도 많이 주시고...+ㅠ+ 입원하면서 1년 먹을 과일을 다 먹었다. 간호사실 언니들도 되게 상냥하고 수다도 떨고...항생제 주사맞을때 빼곤 정말 좋았...

발목에 박혀있는 철심과 못들... 1년 후 뼈가 자리잡으면 다시 철심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한다. 오늘 실밥을 뽑고 통기브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집에 왔는데, 정말 목발 짚는거 너무 힘들다 ㅠㅠㅠㅠ 목발 처음 짚을때 적응이 안되서 크게 넘어질 뻔. ㄱ- 앞으로 몇개월은 기브스한채로 목발과 함께 통원치료.ㅠㅠㅠ 암울 ㅠㅠ
퇴원할때 엑스레이와 CT영상을 주길래 받아왔는데 이렇게 보니 무, 무섭다.-ㅁ-
담당 의사선생님이 19일이 생일이라니까 그전에 퇴원하라고 일찍 퇴원하게 해주셨다. 그래도 생일날 집에 있어야 하잖아요... ㅠ 그래도 병실보다야. 아무튼 일찍 퇴원하게 되어서 정말 좋다. ㅠㅠ 아직도 아프긴 하지만 좋아지겠지...
통기브스를 하러 응급실에 갔는데 응급실 간호사 언니들이 날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울고불고 했길래 ㅋㅋㅋ 어, 이제 괜찮아요? 라고 묻길래 네~>_< 라고 대답하고, 조금 뒤 후회했다. 기브스할때 발목을 90도로 꺾어야 한다며 늘어져있던 발목을 간호사 언니가 90도로 힘주어 꺾는데, 너무 아파서 또 부러지는거 아니냐고 온갖 엄살을 다 떨고 울고불고하고 나왔다. ㄱ- 어,언니들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