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군대가려나 빨리 가버렸으면 좋겠다 생각하던 동생이 입대한지 3일째.
입대통지서는 5월에 받아놓곤 입대 일주일 전에 가족들에게 알려서 처음엔 정말 뭐 이런 놈이 다있나 했다.-_- 그리고 1주일동안 그냥 평소처럼 지냈다.;; 딱히 오랫동안 헤어지는 느낌도 없었을 뿐더러 입대한다고?? 그걸 왜 이제 얘기해 이 XX야. 그래? 암튼 잘 갔다오련. <- 이런 분위기속에 일주일이 흘렀다.
입대 하루전날 가족끼리 외식을 했는데, 외식하러 식당에 가니 왠 머리를 박박 민 놈이 앉아있는 것이었다.-_- 나름 조금 충격; 머리를 밀고 모자를 눌러쓴 동생의 모습은 너무 생소했다. 한편으로는 웃겼다. 역시 남자는 머리가 있어야해. 너도 머리있을땐 좀 귀엽더니 없으니까 징그럽구나. 이런 농담을 하며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가족끼리 마중나가줄까 했더니 지 친구들이랑 함께 입대한다고 오지 말래는게 아닌가. 사실 의정부까지 가는거 귀찮기도 하고, 그럼 니 알아서 가렴 하는 나와는 달리 아빠와 엄마는 못내 아쉬운 듯한 모습이었다.
입대날 오전에 집을 나서기전 나와 아빠와 잘 갔다온다고 인사했는데 의외로 그저 그랬다. 난 되게 섭섭할 줄 알았는데. 그런데 엄마가 집 앞 골목길까지 배웅하고 오더니 갑자기 펑펑 우는게 아닌가. 나와 아빠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엄마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입대하고 하루가 지나도록 사실 별 실감을 못느꼈다. 어제는 엄마와 치킨을 시켜먹는데 엄마가 치킨을 한참 잘 먹다가 갑자기 흐느끼는게 아닌가.-ㅁ- 우리 민이는 지금쯤 힘들게 훈련하고 있을텐데... 흑흑... 이 엄마가 이렇게 퍼져앉아 치킨을 먹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흑흑흑 ..... 나는 [이미 잘 먹고 있잖아.-_-] 라고 대답하며 맛있게 먹었다....-ㅅ-
오늘은 방을 정리하던 엄마가 또 우는게 아닌가? 요 며칠새 기분이 매우 왔다갔다 하는 엄마였다. 아니 애가 죽은 것도 아니고 영영 헤어지는 것도 아니고 6개월만 있으면 휴가 나온대매! 라고 말하는 내게 엄마는 비정하고 무정한 누나라며, 니는 그 쪼끄만(-_-) 애가 걱정도 안되니!! 라고...;;
사실 그렇게 슬프거나 걱정되지는 않는다. 애가 좀 비실비실하고 마른게 조금 걸리긴 하지만 뭐 잘 하고 있겠지.
문득 동생방의 텅빈 벽걸이를 보았더니 갑자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집이 좀 썰렁한 것 같다. 좀 허전한 듯도 하고... 사실 그놈과 나는 의외로 죽이 잘맞아서 서로 음악이나 드라마등 수다떠는 재미가 좀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좀 심심하다. 그냥 부담없이 나가 놀고싶을땐 그놈이랑 같이 밖에서 놀기도 했는데 이젠 혼자 놀아야 하나? ㅠ
집에 사람이 하나 없는게 이런 느낌인가 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놈이 지 친구들이랑 여행을 갔을때와 별 차이없는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건지. 아마도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 이럴 거라 생각하니 더 쓸쓸한 기분이 나는 것 같다.
암튼 잘먹고 잘 지내겠지.. 만일 전쟁나면 영웅심 발휘하지 말고 잘 숨어있어야 한다고 당부해줬다. 왜냐면 넌 007이 아니니깐.*-_-* 총기사고같은게 나면 일단 살고봐야한다 당부하는 내게 비웃음만을 남기고 가버린 그놈.-_- 의정부로 입대한다길래 난 군인들이 거기서 사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모양;; 거기서 훈련받다가 부대배치? 받아서 옮긴다는데 난 벌써부터 고민이다. 그놈이 내게 꼭 보내달라고 한 각종 생필품과 먹거리들이.... 건빵 가득 보내주면 좋아할까?? *-_-*
엄마는 그새 기분이 좋아진건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냉면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저거 먹다가 또 울진 않을까 좀 불안하기도... 이건 내 예상인데 며칠 후 부대에서 그놈이 입고갔던 옷이 배달되어 오면 왠지 그 옷을 껴안고 울 것 같다.;; 빨리 엄마가 익숙해졌으면 좋겠다.
요즘엔 농심을 불매하고 삼양을 애용하자! 라는 네티즌의 뜻에 따라 집에있던 신라면을 빨리 해치우고 삼양라면을 사왔다. 근데 난 원래 삼양라면 좋아했는데... 굳이 요즘 인터넷에 번지는 삼양애용 글들 때문이 아니라, 원래 난 삼양라면을 좋아한다. 왠지 농심에 비해 텁텁함이 덜하고 깔끔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삼양라면엔 삼양라면 뿐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많은 라면이 삼양이었다. 앞으로 자주 애용해줘야지.